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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부를 시작하기 전, 초보 부동산 방문 기록을 보면 부사님이 보여주는대로 다른 사람이 선호하는 집을 전세나 월세로 보러 다녔다. 그 당시 독립 때문에 집을 알아봤을 때는 한참 전세사기로 뉴스가 떠들썩할 때였다. 그래서 너무 비싼 전세는 안되고 적당한 금액대의 전셋집이나 월세집을 알아보려고 했었다.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그때 기록을 다시 보면 고쳐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초보 부동산 방문 기록
지금도 초보이지만 그때는 더초보였다. 부동산에 대해 책은 몇 권 읽어봤었지만 실제로 집에 대해서 알아보거나 방문한 적은 없는 상태였다. 부동산 방문했던 기록을 다시 보니 생각 없이 방문한 집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아파트 시세도 그냥 책이나 뉴스에서 본 유명한 집들만 알고, 실제로 내가 살 수 있는 살만한 집이 어느 동네인지 금액은 얼마인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매물을 검색할 때도 어디에 살지를 정하지 못했다. 무작정 마음에 드는 아파트로 검색해보기도 하고, 금액순으로 매물조회를 해보기도 하는 등 중구난방이었다.
검색을 하다가 내 마음에 드는 금액이나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집을 발견하면 바로 전화를 했다. 부동산사장님에게 전화해서 "001번 매물을 보고 전화드리는데 이매물 볼 수 있냐"라고 무작정 물어봤다. 내가 집을 보러 다녔던 시기는 업계에서는 비수기였다. 그래서인지 전화를 걸었던 매물 대부분을 볼 수 있었다. 부동산사장님 일명 부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001번 매물이 보고 싶은데 볼 수 있나요? 그리고 근처에 다른 볼 수 있는 집 잇을까요?"라고 물어보는 식으로 여러 집을 봤다. 이사는 언제라도 가능하니 내가 원하는 금액대의 지금 볼 수 있는 집을 보여 달라고 했었다.
부사님이 보여주는대로 보면 안된다
당시에는 전세나 월세를 목표로 하고 집을 보러 갔었기 때문에, 내가 전화해서 문의한 매물 말고는 그냥 부사님이 보여주시는 데로 방문했다. 그렇다 보니 전혀 내 생각에도 없던 집들도 구경했다. 그리고 내가 전화해서 물어본 집도 정확히 어떤 집인지 알아보고 전화한 게 아니라, 지도를 보고 로드뷰만 보고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전화했던 집이라 생각과 다른 집도 많았다. 나름대로 로드뷰를 보면서 주변상권도 확인했는데도 막상방문하니 사진과 다르게 헉소리 나오는 오래된 집들도 있고 사진엔 없던 유해상권도 있었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구경을 하다 보니 이런 집은 절대 안 되겠다는 기준이 세워졌다. 오래된 아파트에 엘이베이 터가 없는 아파트는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2-3층정도 높이 아파트에 일부수리가 되어있는 집은 신축빌라나 오피스텔에 비해 저렴하고, 주변도 조용하고 적당히 수리된 집이라면 살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기준에서 절대 못살겠다는 집은 근처에 유해업소가 있는 집이었다. 집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는데 너무 번화가의 중심에 있다 보니 소음이 심하고, 주변에 유해업소도 많아서 늦은 시간에는 집에 들어가면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방문했던 시간이 7시쯤이었는데 벌써부터 술 취한 사람들이 길에 많았다. 그때 집을 소개해준 중개인분은 금액도 싸고 괜찮은 동네라고 하셨는데, 나로서는 아무리 금액이 저렴해도 저런 집엔 못살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사님이 보여주는대로 보러 다니면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집들을 많이 보게 될 수도 있다. 꼭 자기 기준에 절대 안 되는 게 있다면 미리 말씀드리자.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집을 사자
그리고 그 근처의 다른 주택가의 빌라도 방문했다. 그곳은 유해업소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근처에 초등학교도 있었다. 빌라가 지어진지 1년도 안 된 집이라 그런지 새것이었고, 내부에 에어컨을 비롯한 기본 옵션이 있었다. 그 빌라의 건물주가 그 빌라 a와 바로 옆의 빌라 b를 모두 가지고 계셔서 운 좋게 2군데 다 방문해 봤다. 같은 평수의 같은 월세라고 들었는데 구조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사진을 안 찍어두어서 방구조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a는 입구를 들어서면 거실 겸 주방, 방이었고, b는 가운데에 작은 주방 그리고 왼쪽에 거실, 오른쪽에 작은 방이 있었다. 나는 b구조가 훨씬 좋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a구조를 선호한다고 하셨다. 그게 거실 겸 주방이 하나로 되어있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다. 나는 침실과 거실이 확실히 분리된 b공간이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선호도는 a가 높다니 매매를 하게 된다면 a구조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아주 저렴한 전세나 월세를 들어간다면 나처럼 적당히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계약해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으로 전세사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나처럼 적당히 시세도 조사하지 않고 그냥 중개인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을 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말 작정하고 서류조작이나 거짓말을 해가면서 사기 치려는 사람을 막는 건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인 시세를 체크하고 전세로 들어간다면 집주인의 대출현황이나, 차후 경매로 넘어가게 될 때 내가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매매가 1 억인집에 9000만 원 전세를 들어갔다가 부동산하락기를 맞이하면 집주인은 전세사기를 치려던 게 아니었는데, 졸지에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전세사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전세사기가 아니라 단지 매매가가 떨어지기만 해도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나는 너무 마음에 들지만, 다른 사람들은 선호하지 않는 구조의 집이라면 세입자를 구하기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비수기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집이라면 매매, 전세, 월세 모두 수월할 것이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계약해야 한다. 집은 내 기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집을 사야 한다. 명심하자.